
“배구 하러 가자”는 말은 쉽다. 문제는 ‘어디서 하느냐’다. 처음엔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은 학교 체육관으로 갔다. 연락처는 두 군데였고, 시간 맞추기 위해 세 번은 전화해야 했다. 도착하니 조명이 어둡고, 네트는 반쯤 풀려 있었다. 그때부터 생각했다. 왜 이렇게 ‘배구장’ 정보는 파편화돼 있을까?
Volleyball-Court-Central.com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. 직접 겪은 불편 때문이다. 네이버 지도에도, 구청 사이트에도, 심지어 체육회 카페에도 흩어진 정보를 하나하나 모으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었다. 특히 예약 방식, 사용 가능 시간, 바닥 재질 같은 ‘진짜 플레이어 입장에서 중요한 정보’는 늘 빠져 있었다.
그래서 내가 한 일은 단순했다. 일단 발로 뛰기. 회사 퇴근 후 들른 구립 체육관, 주말마다 찾은 시골 마을회관까지. 코트 크기, 천장 높이, 볼 반발 정도까지 기록하면서 한두 줄씩 정리를 시작했다. 처음엔 나만 보려고 했던 노트가, 점점 ‘다른 사람도 궁금해할 만한 정보’로 쌓이기 시작했다.
최근에 들른 한 체육관에서는 관리자분이 “배구하러 이렇게까지 정보 조사하고 다니는 사람 처음 봐요”라고 웃으며 말했다.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. 생각해보면, 우리는 좋아하는 걸 할 때일수록 그 환경에 더 예민해진다. 배구라는 스포츠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내 일상의 한 조각이 되었기 때문에, 공간에 대해 신중해지고 싶었던 거다.
이 사이트는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다. 딱딱한 체육시설 리스트가 아니라, 실제 플레이어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된 ‘배구 가능한 공간 아카이브’가 필요했다. 이제 막 배구를 시작한 사람도, 오랜만에 다시 공을 잡은 사람도, 경기 전에 코트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도 이곳에서 도움받을 수 있길 바란다.
글: 배지훈 스포츠 리서처